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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사승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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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 모스크바대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아닌 김여정의 한 마디에 남한사회는 말 그대로 벌집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입니다.

북한은 그 누구 편도 아닌 그냥 늘 북한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한은 내부에서 친북(평화, 통일?) , 반북(갈등,분단?)편으로 나뉘어 정체불명인 북한여성의 말 한마디에 서로간에 죽어라고 물어 뜯고 난리통이 아닙니다.

더욱이 어이없는 것은 여당의 어떤 유력 정치인은 예전 김대중, 노무현정부 집권기 남한의 친북(평화, 통일?)정책의 성과를 거론하며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좀 더 살갑게 대하는 것이 북한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점입니다.

외람되지만 이것은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그냥 말도 안 되는 가소로운 소리일 뿐일 것입니다.

분단 이후 남북대화와 관계 변화 과정들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상고해 보았다면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내어놓진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은 남한정부의 성격이 어떠하든 간에 상관없이 시대 변화에 발 맞추어 자신들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꾸준히 남한정부들을 자기들 방식대로 상대해 왔을 뿐입니다.

주위의 부추김과 분위기에 휩쓸려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상대방에게 남발하고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그래놓곤 이제 와서 부득이한(?) 사정상 '사실은 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미안하게 됐다.'라고 고백 아닌 고백을 늘어놓는 것은 개인 간에도 있어선 안 되는 일입니다. 하물며 국가 간에 공식적으로 진행한 약속에 있어서야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2~3년 전에 남·북·미 정상 간에 한바탕 멋진 한반도 평화 포퍼먼스가 펼쳐졌습니다. 쇼가 끝났으니 당연히 정산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자주 그래왔듯이 쇼를 주최했다고 주장(?)하는 남한이 공연에 들어간 비용지불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주최자 같기도 하고 행사참가자 같기도 한 미국은 만족할 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두둑하게 남한으로부터 계산을 받아 챙겼습니다. 하지만 역시 쇼의 주최자 같기도 하고 행사 참가자 같기도 한 북한은 지금 와서 확인해 보니 실제 수입은 없이 평화 쇼에 무료로 동원되고만 형편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대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청년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집안에서 굶주리며 가장이 밖에 나가 몇 푼이라도 돈을 벌어 오기만을 기다리던 가족들 볼 면목도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주위 삼촌들 사촌형제들에게까지 적장자로서 이제부터는 집안문제는 내가 해결하고 가족생계도 내가 책임진다고 큰 소리까지 쳐놓았던 상황에선 영 모양새가 빠집니다.

김정은의 권력이 아무리 백두혈통이라는 유교 전통적 기반에 세워졌다 하더라도 본인의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북한주민들에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권력세습도 비로소 완성됩니다.

김일성은 항일 빨치산 투쟁 경력과 한국전쟁과 이후 경제건설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김정일은 장기간의 권력승계 과정을 거쳤고 주체사상의 완성, 고난의 행군 시기 극복 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고 권력 기반을 굳건히 했습니다.

   
▲ 김정은. 김여정.

반면에 김정은의 경우는 다릅니다. 권력승계 과정도 제대로 밟지 못했고 아직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할만한 업적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내부적으론 나름 경제개혁을 단행해서 어느 정도의 성과도 있었지만 국제사회의 엄혹한 경제제재로 경제발전은 금방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어려움에 부딪혀 말 그대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때, 마침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과감한 평화공세를 펼쳐왔습니다. 김정은으로서는 마치 뜻밖의 횡재를 만난 듯싶었을 것입니다.

김정은은 수 차례에 걸친 북미, 남북, 북중, 북러 정상회담 진행을 통해서 국내외에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고 북한 내에 상징권력 강화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북한 주민은 이미 예전 북한주민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단맛도 어느 정도 맛보았고 부에 대한 욕구도 가지게 된 주민들입니다.

이제 북한주민은 수령님 말씀과 사회주의 사상만 가지고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북한 입장에선 안타깝게도 김정은의 과감했던 정상 외교들은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들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고 그렇다고 중국의 경제지원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나름 기대를 걸었던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이렇듯 지금 북한 김정은으로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든 형국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지도자와 집권당의 임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지도자와 집권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정책적 오류에 대해서 선거에 의한 정치적인 책임을 지면 그만입니다. 새로운 지도자와 집권당과 함께 국가는 시스템 그대로 정상 운영됩니다.

하지만 북한체제는 수령유일체제, 일당독재국가입니다. 이런 유형의 국가에서는 지도자와 집권당에 정치적, 정책적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이들이 책임을 질 수도 없습니다. 만일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체제의 붕괴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만일에 북한이 지금 실제로 이런 유형의 위험에 처해있거나, 혹은 북한 집권층이 자신들이 이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판단한다면 내부와 외부에 정책 실패의 책임을 돌려서라도 위기 국면을 타개해 나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 평화 포퍼먼스는 다른 누구도 아닌 최고지도자인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이 직접 주도해서 진행되었습니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서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쩔수 없이 외부에 책임을 돌려서라도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해야 합니다. 근래 북한 김여정이 직접 나서서 오빠 김정은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며 다소 뜬금 없이 남한에 대해 악담들을 쏟아내는 것은 남한을 제물로 삼아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고 북한 내부를 통제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남한사회가 지금처럼 북한의 말 한마디에 자중지란에 빠지거나 혹시라도 북한의 협박에 겁을 먹고 북한의 요구들을 들어주게 된다면 북한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금상첨화이겠지요.

지금은 한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민족주의적 감상을 배제하고 지난 3년 간의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해야 할 때입니다.

혹시 북한과의 관계 악화, 남한 내부에서 정치적 불리가 예상되더라도 북한과는 다소 냉정하고 합리적인 관계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한국정부가 현명하게 잘 판단하고 자신의 현실에 맞게 처신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국면입니다.

김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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