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훈수 /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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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의 거침없는 진격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맥도널드가 40개국에서 내놓은 'BTS 메뉴'가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블랙핑크의 가상 팬 사인회에 무려 5000만명의 팬이 몰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블랙핑크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면 팬 사인회를 열 수 없게 되자 2억명의 회원을 가진 제페토(ZEPETO)에서 가상 팬 사인회를 열었다. 제페토에 접속한 세계 각국의 팬들은 가상공간에서 블랙핑크 멤버들을 만나 인증샷을 찍고 가상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를 둘러보며 블랙핑크 콘서트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즐겼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18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그렸던 '메타버스'의 세계가 불과 4년 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그린 것처럼 현실에서는 구제불능이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인류를 구하는 영웅이 될 수도 있다. 취직하고 돈을 벌고 집을 사고 여행을 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모든 일들이 가상세계에서 가능하다. 이제까지의 가상공간이 현실과 괴리된 방식으로 가능했다면 메타버스에서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하고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통해 가치 창출까지 이뤄진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 마을에 선거캠프를 차려놓고 동물 숲 주민들과 소통하며 정책과 공약을 알렸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3D 아바타 가상게임 '로블록스(ROBLOX)'를 모르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의 10대들은 하루 평균 156분을 로블록스에 썼다. 유튜브 평균 이용 시간 54분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메타버스는 홀로그램, 가상체험 기술의 발전과 함께 게임 분야에서 가장 빨리 진화하고 있으나 산업적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한 자동차 회사는 신차 개발에 버추얼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굳이 시제품을 제작하지 않고도 가상주행 실험을 통해 오류를 잡아내는 한편 간단한 키보드 조작만으로 신차의 부품, 재질, 색상 등을 마음대로 바꾸어 가며 최적의 모델을 디자인할 수 있는 시대다.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인 PwC에 따르면 메타버스의 핵심인 가상·증강현실 시장은 2019년 455억달러에서 2030년 1조5429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기존의 온라인이 평면적이고 기계적인 정보 공유라면 메타버스는 공감각적 체험과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고 상호 교류를 통해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향후 우리는 현실세계보다 메타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고 해도 우리는 더 이상 아침저녁으로 교통체증을 견뎌가며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메타버스 안 사무실에 출근해서 아바타를 통해 다른 동료들의 아바타들과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 신경제의 거대한 흐름은 이제 메타버스로 통한다. 가상·증강현실의 원재료인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코인 시장 같은 난맥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가공된 데이터를 어떻게 공유하고 활용할 것인지, 가상세계에서 개인정보, 보안, 사이버 범죄 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지금부터 법과 제도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매일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