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진 한나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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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 ||
어린 시절의 꿈은 야구선수였다. 그런데 모교인 대구 종로초등학교에는 야구팀이 없었다. 소년은 친구들을 모았다. 친구들끼리 야구를 하면서 다른 학교의 실력은 어떨까, 어디 실력 한 번 겨뤄볼까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제가 앞장서서 이웃학교 야구팀을 찾아가 도전장을 냈어요. 시합을 자꾸 주선하다보니 재미가 쏠쏠하데요. 할 때마다 승부욕도 넘치고요. 그뿐만은 아니었답니다. 이래봬도 나름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이었어요.(웃음)”
시합할 때마다 한바탕 신명나는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이때의 리더 경험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스스로 “야구팀 주장 경험이 오늘의 국회의원 조원진이 있게 한 하나의 바탕이 됐다”고 고백할 정도니까.
어쩌면 초등학생 시절 그는 자기도 모르게 정치인의 길을 향해 걷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람 모을 줄 알지 그렇게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줄 알지 ‘딱’ 정치인의 재능이었다. 흡입력 강한 인간미는 정치인의 생명과도 같은 것, 그래서였을까 우연히(?) 대학 전공도 ‘정치외교학과’ 첫 직장도 ‘국회’였다.
“여의도 1번지에 발을 디딘 건 대학 은사인 황병태(黃秉泰)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님 덕분이었어요. 통일민주당이 창당될 때 황 총장님이 부총재로 영입됐는데 저 더러 비서를 맡으라고 하는 겁니다. 대학 은사와의 인연이 저를 정치세계로 인도한 셈이에요.”
정글 같은 정치판에 뛰어들어 정치의 ABCD를 익혀가던 어느 날 황병태 총장이 주중대사로 임명됐다. 갑작스런 일이었다.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로 전락할 판이었다. 이 무렵 그는 대우그룹으로부터 특채 제안을 받았고 1992년 김우중(金宇中) 회장의 직속 회사인 (주)대우에 배속됐다. 기획실에서 근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베이징(北京)의 기획조사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때는 한?중수교 직후니까 한국에서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인식조차 없던 시절. ‘중공’이란 호칭이 통용됐으니까 한국인들의 대중 이미지는 ‘6.25때 인민군과 쳐들어온 무서운 나라’라는 부정적 느낌이 주종을 이루던 때다. 여하튼 중국행은 곧 해외동포 조원진의 첫걸음이었다. 중국에 대한 첫 인상이 궁금했다. 그의 말이다.
“마치 우리나라 70년대를 보는 듯 했어요. 중국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고, 중국인들도 차츰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해가는 모습이었어요. 더러 공산배급체제를 동경하는 모습이 남아 있긴 했지만 경제체제 변화에 따른 혼란에서 벗어나고 있더군요.”
중국 생활은 그로부터 15년간 계속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중국 조선족 동포들과의 인연이었다. 1993년 조선족 동포 학생 100명을 대우 직원으로 선발했던 일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슬로건으로 한국기업의 세계 경영을 선도했던 김우중(金宇中) 회장도 선뜻 오케이사인을 냈다. 그렇게 해서 조선족 우수 대학생들을 세계 각국으로 연수 보내고, 나중엔 그들을 대우 직원으로 채용해 중국의 각 지사로 파견했다. 현지 동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것이 회사의 발전을 일궈낸 동력이 됐던 것이다. 이때만 해도 조선족 동포들을 채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이내 중국 진출기업의 모범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대우가 성공을 거두니까 다른 한국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조선족 동포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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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조 의원이 선발한 동포 연수생들 중에는 현재 조선족 사회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은 이들이 적지 않다. 지금도 그들과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돈독한 우애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중국에 가서도 사람 끌어 모으고 모임을 주도하는 소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공을 들였던 것 중 하나가 동포 네트워크 만들기였다. 사업가로 변신해 무역을 하면서 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과 세계한인무역협회(OKTA)베이징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중국에 있을 때도 그랬고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조원진’하면 해외동포 행사에서 단골 초청대상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애국자를 양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외국으로 내보내라’ 했던가. 해외동포로 살다보면 조국에 대한 애착은 강해져 간다.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태극기 깃자락만 보고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길거리에 뜬 삼성전자 전광판을 바라보며 가슴이 쿵쾅거린다. 해외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경험, 조 의원은 밖에서 조국의 어떤 모습을 목격했을까.
“솔직히 국내에 있을 때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잘 느끼지 못했어요. 해외로 나가보니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걸 절감하게 되더군요. 중국인들이 한국산 자동차와 의류를 앞 다퉈 사는 모습을 보고 한류(韓流) 스타들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소름이 돋아납니다. 지금 한류는 60~7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의 팝스타 엘비스프레슬리를 동경하던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맹위입니다.”
이국땅에서 조국의 발전상들을 보면서 느낀 자부심과 뿌듯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그는 고백한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때 세계 4강까지 올라가는 한국팀을 응원할 때는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요즘 한국 매스컴들은 그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친 이명박(親 李明博)계와 친 박근혜(親 朴槿惠)계 의원들끼리 갈등을 빚고 있는 데, 그가 박근혜 진영의 최전방 공격수처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공격수는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 용어”라 애교스럽게 변명(?)을 해보지만, 밖에서 그를 보면 영락없는 박근혜 수비수이자 이명박 공격수의 모습이다.
“전 18대 총선 때 ‘친박연대’로서 대구 달서병에 출마 당선됐습니다. 평소 박 대표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해온 터였고, 유권자 여러분들도 이러한 제 의견에 많이들 공감해주셨습니다. 박 대표의 지역구(대구 달성)가 바로 제 옆이다 보니 행사에 같이 참가하는 일이 많았어요. 자연스레 정치적 입장과 현안을 공유할 기회가 많았던 것이죠. 박 대표 역시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있으니 심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점점 가까운 관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친 이명박계, 친 박근혜계 의원들은 세종시 문제를 타결 짓겠다며 장장 5일동안 ‘끝장토론’까지 펼쳤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양 진영이 ‘루비콘강을 건넜다. 이제 한나라당 분당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손사래를 쳤다.
“당치도 않습니다. 지금 당 의원들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분은 한 분도 없을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가치와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부 참모진과 의원들이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죠. 결코 한나라당이 반(半)으로 쪼개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그의 정치행보는 가시밭길이었다. 호기 좋게 무소속으로 출마한 15대 보궐선거와 16대 총선에서 연거푸 쓴 잔을 마셨다. 그러나 그건 작은 실패였다. 비록 30대에 국회의원이 되려한 꿈은 이루지 못했어도, 그 덕에 중국에서 사업가가 되어 전세계 한상(韓商)들과 가슴으로 교류하는 기회를 얻었다. 의원 삼수생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것도 다름 아닌 동포들이었고, 마침내 2008년 4월 18대 의원으로 당선돼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지역구니 전국구니 하는 여느 의원들이 갖고 있는 흔한 타이틀 말고 한가지를 더 갖고 있다. 바로 해외동포 출신 국회의원이란 사실이다. 유일한 동포의원이다 보니 그에게는 하루가 멀다않고 해외에서 응원의 목소리들이 몰려든다. 의원에 당선된 2008년, 그해 9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외동포 권익강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는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과 ‘재외동포청 설립’ 등 동포들의 현안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오로지 동포들을 돕고 싶다는 한가지 마음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그 이듬해 2월 국회에서는 재외국민에 대한 참정권 법안이 통과됐다. 수차례 헌법재판소에 오르내리며 동포들의 애를 태웠던 재외국민 참정권이 마침내 인정받은 것이다. 참정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가 동포사회에 폐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참정권 법안의 취지는 재외국민들의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동포사회의 우려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선거과정에서 동포사회의 의견대립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참정권 때문이라 할 수 있을까요? 참정권을 안주면 동포사회가 통합되고 한 목소리를 내게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 유권자가 모국의 대통령을 뽑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에요. 동포사회 분열 문제는 정치권과 동포 여러분들이 대화와 토론으로 풀어가야 할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공관투표로 제한함으로써 투표율이 낮을 것 같은데요.
“동포들은 인터넷투표나 우편투표를 선호하지만, 아무래도 본인 확인의 어려움 때문에 공관 투표로 정했던 겁니다. 지적한 대로 공관투표는 아무리 멀어도 직접 가야 하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아질 우려가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공관의 규모가 협소해 투표 진행이 원활하지 않는 문제도 일어날 수 있어요.”
- 2012년 대통령 선거가 사실상 재외국민투표 데뷔무대인데요. 남다른 느낌이 있을 것 같습니다.
“2012년 선거가 처음이니만큼 모든 유권자를 만족시키길 바라는 건 욕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험도 없고 아직까지 시스템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건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재외국민들에게 한 표 한 표의 소중함을 알리고 투표참여의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정부는 한국어가 서툰 재외국민들을 위한 안내와 배려에 각별하게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력은 세계 10위권이다. 불과 50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이 없는 나라에서 이제는 세계 강국들과 어깨를 견주는 국력을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와 본국국민들의 해외동포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 정부가 700만 해외동포를 네트워크로 묶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 길로 가는 움직임은 소걸음 마냥 더뎌 보인다. 조 의원은 해외동포들이 민간 외교사절이며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또 하나의 한국’이라고 역설한다.
“우리는 해외동포들의 권익 신장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해야 합니다. 당장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없을지 몰라도 말입니다. 다민족국가인 미국도 자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해외동포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공약에도 해외동포 정책추진을 포함시켰습니다. 투표권도 확대시키고 내외동포간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도록 전력(全力)을 기울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유일한 해외동포 현역 의원인 조원진, 그가 정치판에서 해외동포들을 위해 장외 홈런을 쏘아 올릴 것인가? 700만의 눈과 귀가 그를 주시하고 있다.
김명신 admin@ok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