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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채망국론' 당시와 지금은

기사승인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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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 / 논설위원

80년대 외채망국론이 커질 땐
수출주도성장을 돌파구 삼아
밤새워 일하고 빚을 갚아냈다
지금 `나라빚 걱정` 커지는데
빚갚을 방책은 뭔지 모르겠다

   
 

`외채 망국론`은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경제를 물귀신처럼 따라다녔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가 짊어져야 할 외채 규모`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기사도 수시로 게재됐다. 나라 빚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요즘에도 커진다. `1인당 갚아야 할 국가 부채가 1400만원을 넘어섰다`고 한숨을 쉰다.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포함한 1인당 국민 부담액은 5년 사이 40%가량 늘어났다`는 걱정도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부는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예산을 더 적극적으로 지출할 태세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나 가정이나 빚이 걱정이다. 애초 우리나라엔 돈도 없고 기술도 없었다. 산업을 육성하려면 외국에서 돈을 빌려와야 했지만 관심 주는 나라조차 없었다. 미국 일본에서 돈을 빌리려다 거절당하고 서독에서 처음으로 차관을 들여왔는데 담보가 없었다.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기로 하고 그들의 임금을 담보 삼아 돈을 빌려왔다. 그런 식으로 어렵게 돈을 빌려오고도 국내에서는 "외국 돈 빌려 쓰다 나라 망한다"는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외채 망국론이 힘을 잃은 건 1985년 즈음이다. 저달러·저유가·저금리 등 이른바 `3저 호황`으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플라자합의는 일본 엔화와 서독 마르크화를 대폭 평가절상시켰다. 달러화와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다 보니 수출이 큰 도움을 받았다. 1985년 470억달러에 육박하던 외채가 1989년에는 300억달러 밑으로 뚝 떨어졌다. 저금리 현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줄어드니 더 이상 외채 망국론을 떠드는 사람이 없어졌다.

외채 망국론자들이 입을 다물자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국가 위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자신감을 쌓은 한국은 빚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국가 신용도 높아졌다. 1990년대에 접어들자 신설 종합금융회사들도 세계 시장에서 저금리 외채를 마음껏 빌려왔다. 1993년 439억달러이던 외채는 1996년 1047억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몸집을 키운 빚덩이는 괴물로 표변했다. 외채 망국론자들이 입을 다문 뒤 약 10년 만에 외채를 갚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외환위기가 닥친 것이다.

교훈은 남았다. 빚을 늘리면서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라 빚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좋은 채무`라거나 `빚도 자산`이라며 태연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복지 비용을 펑펑 써대다가는 나라 망한다"고 공격하면 오히려 짜증을 낸다. 그러지 말라고 권한다. `빚에 대한 경계심을 풀면 빚이 괴물로 변한다`는 교훈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충분히 배우지 않았던가.

달러 한 푼을 아쉬워하던 한국이 외채 망국론에서 진정으로 벗어난 시기는 2014년 즈음이다. 외채를 모두 갚고도 남을 만한 달러 자산을 축적한 시기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주식·채권에 투자하거나 대출한 돈은 이즈음 외국인이 한국에 대출·투자한 돈보다 많아졌다. 이처럼 달러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에서 빌린 돈으로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수출주도성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더 부지런히 일하도록 자극했기 때문이다. 빚을 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빚 갚을 방책을 세웠던 셈이다.

국가 예산을 펑펑 쏟아붓고 있다. 이러다가는 나라 빚도 감당하지 못하고 근로 의욕도 저하되고 말 것이라는 걱정이 커진다. 이른바 `포퓰리즘 망국론`이다.

그런데 빚을 갚을 정부의 방책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과 근로자를 자극하는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원격의료는 막혀 있고 탈원전 정책은 그대로다.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세금을 더 짜내는 증세 외에 나라 빚을 감당할 다른 방안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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